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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

언젠가 어느 곳에선가 장미를 클로즈업한 사진을 보았다.
부드러운 미색과 간결한 선으로 벽을 가득 메운 그 사진을 보며 참 아름답다고 찍어봐야지 라고 생각하던 중, 어느날 꽃집에 들러 장미를 사고 촬영을 했다.
다소 부드러운 느낌을 살리기 위해 조리개를 열어주고, 약간의 조명을 더해줘서 그 때 보았던 몇 장의 사진을 따라 찍었다.
하지만 정작 나의 마음을 잡은 건 다른 각도의 다른 느낌의 사진이었다.
좀 더 입체적이고 좀 더 단순한 느낌.
내 키만한 액자에 넣어 걸어놓고 싶지만 그럴 공간이 없다. 아쉬운데로 책상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붙여두는 수 밖에.

장미를 촬영할 때마다 매번 느끼는 거지만 당신의 선과 면, 색은 너무나도 매혹적이다. 꽃 속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미로와 같은 복잡함과 정교함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하지만 약간 시선을 바꿔 옆에서 바라보면 부드러운 겉꽃잎의 촉감이 눈을 자극한다. 섬세하게 뻗어나간 꽃잎의 혈관들을 만지지 않고서는 버텨낼 수가 없다.
시간이 지나 말라가는 꽃잎조차도 그 도도함을 유지한다. '난 말라가지만 여전히 장미라는 것을 잊지 말라' 라고 말하는 듯 하다.

붉은 장미는 나의 심장을 자극하고, 노란 장미는 나의 마음을 자극하고, 하얀 장미는 나의 기억을 자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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